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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싶어 만든 서비스 - 엔차이

시계 하나를 사려고 메일 열 통을 보냈습니다

한국에서는 살 수 없는 시계를 도쿄에서 사기까지 한 달. 새벽에 쓴 일본어 메일, 오후와 저녁 사이에 사라진 재고, 아내 이름으로 잡은 예약, 그리고 아무도 있다고 하지 않았던 매장에서 만난 시계.

새벽 1시 48분의 첫 메일

지난 편에서 일주일을 고민한 끝에 고른 건 까르띠에 탱크 머스트, 스몰 모델, 스틸 브레이슬릿이었습니다. 문제는 한국에서 살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한국 까르띠에에 두 번 물었습니다. 첫 답은 “제품을 특정할 수 없다”였고, 모델명을 적어 다시 보내자 이런 답이 왔습니다. 온라인 재고는 모두 소진됐고, 이 컬렉션은 주문도 예약도 받지 않는다. 이 모델을 다루는 매장은 한 곳뿐인데, 그곳은 9월 말까지 리뉴얼 공사 중이었습니다.

사흘 뒤 새벽 1시 48분, 까르띠에 재팬 고객센터로 첫 메일을 보냈습니다. 일본어로 썼습니다. 아내가 오래 갖고 싶어 하던 시계라는 것,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다는 것, 도쿄에서 살 수 있는 매장을 알려 달라는 것.

16분 만에 보낸 여섯 개의 질문

그날 낮 12시 8분에 답장이 왔습니다. 첫 줄이 이랬습니다. “사모님에 대한 깊은 애정이 전해지는 이야기에 저희도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도쿄 시내 부티크 열 곳의 주소가 이어졌습니다. 다만 미리 맡아 두는 건 안 된다고 했습니다.

16분 뒤, 저는 질문 여섯 개를 적어 다시 보냈습니다.

  1. 보증금이든 전액이든 먼저 낼 테니 하나만 잡아 둘 수 없는지. 면세가 안 돼도 괜찮다고 적었습니다.
  2. 온라인으로 사서 도쿄 매장에서 받을 수는 없는지.
  3. 열 곳 중 그나마 재고가 넉넉한 곳은 어디인지.
  4. 일본 전화번호가 없으니 메일로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있는지.
  5. 도쿄에 없으면 나고야나 신사이바시까지 갈 테니 그쪽 재고도 봐 줄 수 있는지.
  6. 10월 방문 예약은 정확히 언제 열리는지.

이미 항공권과 숙소를 잡아 둔 상태였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사실상 이 시계였고, 가서 없으면 대안이 없었습니다. 메일 끝에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내를 데리고 가는 게 마음이 무겁다”고 적었습니다.

네 시간쯤 뒤 온 답은 거의 다 “어렵다”였습니다. 맡아 둘 수 없고, 온라인 구매품은 일본 국내 주소로만 배송되고, 매장 직통 연락처는 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그날 기준 재고를 알려 줬습니다. 롯폰기 힐즈 두 개, 아자부다이 힐즈 하나, 긴자 4초메 하나. 그 숫자를 메모해 두고 한 달을 기다렸습니다.

오후에 있던 재고가 저녁에 사라졌습니다

출국 일주일 전, 새벽 2시 15분에 다시 메일을 썼습니다. 이번엔 동선까지 짜서 보냈습니다.

  • 14:30 긴자 4초메
  • 16:00 롯폰기 힐즈
  • 17:30 아자부다이 힐즈

백화점 안 부티크까지 전부 확인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오후 2시 반에 답이 왔습니다. 신주쿠 이세탄, 니혼바시 미쓰코시, 다마가와 다카시마야, 아자부다이 힐즈. 한 달 전 메모와 비교해 보니 롯폰기와 긴자 4초메가 빠져 있었습니다. 제가 짠 동선의 앞 두 곳이었습니다.

한 시간 뒤 다시 물었습니다. 재고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건지, 매장끼리 돌고 있는 건지. 매장마다 몇 개씩인지.

저녁 7시 35분에 온 답은 이랬습니다. “지난 안내 이후 변동이 있어, 현재 신주쿠 이세탄 4층에 1점만 있습니다.” 니혼바시 미쓰코시와 아자부다이 힐즈는 그사이 비었고, 그나마 남은 곳은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다마가와 다카시마야였습니다. 몇 시간 사이에 지도가 다시 그려졌습니다.

당일 아침에 재고를 다시 확인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메일은 늦을 수 있으니 전화로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일본 전화번호가 없었습니다.

아내 이름으로 잡은 예약

10월 방문 예약 화면은 한동안 ’접수 종료’로 떠 있었습니다. 게다가 예약은 한 사람에 한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아내 이름과 아내 메일로 이케부쿠로 세이부점, 도착 당일 오후 3시를 잡았습니다. 예약란에는 1순위와 2순위 모델 번호를 적었습니다. 스틸 브레이슬릿이 없으면 같은 모델의 가죽 스트랩이라도.

마지막 메일에 대한 답은 출국 나흘 전에 왔습니다. 이케부쿠로에는 2순위만 있고, 1순위 브레이슬릿은 도쿄 전체에서 신주쿠 다카시마야에만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매장에서 옮겨 오는 것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사이 판매하는 매장을 전부 찾아 구글 지도에 찍었습니다. 혹시 몰라 나고야 재고까지 물어 둔 상태였습니다. 어느 동네에 있든 가장 가까운 매장으로 바로 뛰어갈 수 있게요.

아무도 있다고 하지 않았던 매장

10월 1일 오전, 하네다에 내렸습니다. 그날 오후 긴자 4초메 부티크에 들렀습니다. 한 달 전 메일에 마지막으로 이름이 있었던 곳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그 시계가 있었습니다. 일주일 전 메일에서도, 나흘 전 메일에서도 없다던 매장이었습니다.

재고는 정말로 매일, 아니 몇 시간 단위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메일로 받은 숫자는 그 시점의 사진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시계를 손에 넣게 한 건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어디로든 바로 갈 수 있게 준비해 둔 동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첫날 시계를 사고 나니 남은 일정은 온전히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엔차이에 넣은 것

돌아와서 엔차이를 만들 때, 이 한 달을 그대로 기능으로 옮겼습니다.

  • 일본에서 사는 곳. 상품마다 도쿄와 오사카의 주요 매장과 백화점 매장, 공식 매장 찾기와 공식 문의 링크를 붙였습니다. 제가 구글 지도에 하나씩 찍던 일입니다.
  • 재고 문의 메일. 품번과 상품 링크가 들어간 일본어 재고 문의 메일을 바로 복사할 수 있습니다. 방문 날짜와 이름만 채우면 됩니다. 새벽마다 고쳐 쓰던 문장입니다.

엔차이가 재고까지 알려줄 수는 없습니다. 재고는 몇 시간 만에도 바뀌니까요. 다만 묻는 데 드는 수고와, 여러 매장을 오갈 준비는 줄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 예고

그동안 제가 쓰려고 만들어 둔 다른 서비스들을 하나씩 꺼내 보겠습니다.

한 줄로 남깁니다. 메일로 받은 재고는 사진이고, 시계는 준비해 둔 동선 끝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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