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우리 고객을 정의한다는 것


“우리 고객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 서비스를 쓰는 모든 사람이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답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모두를 위한 화면을 그리려다 보면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화면이 나오고, 모두의 문제를 풀려다 보면 어느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합니다.

지난 편에서 디자인 씽킹은 언제나 사용자와 그가 겪는 문제에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첫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됩니다. 그 사용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이번 편은 이 연재의 실질적인 첫 단추, 우리 고객을 정의하는 일을 다룹니다.

왜 “모든 사용자”는 답이 될 수 없나

서비스를 쓰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모두가 우리 비즈니스를 같은 무게로 떠받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매달 꼬박꼬박 결제하고, 친구를 데려오고, 없으면 아쉬워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 번 깔았다가 다시는 열지 않습니다. 이 둘을 같은 “고객”으로 묶어 놓으면, 정작 중요한 사람의 목소리가 잡음에 묻힙니다.

그래서 우리 고객은 이렇게 정의합니다. 모든 사용자가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의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사용자. 이 정의가 냉정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한 게 아니라 정직한 겁니다. 자원은 한정돼 있고, 우리는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누구를 먼저 깊이 만족시킬지 정하는 일이 곧 전략입니다.

지난 편에서 인용한 문장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한 명의 고객에게 미친 만족을 주면 수만 명은 시간문제다. 그 “한 명”이 아무나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깊이 만족시켰을 때 비즈니스가 실제로 자라나는, 바로 그 사람이어야 합니다.

목표에서 사람으로 좁혀 내려가기

그럼 어떻게 그 사람을 찾을까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목표에서 사람으로 좁혀 내려갑니다.

  • 먼저 회사가 지금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묻습니다. 매출을 키우는 게 목표일 수도, 활성 사용자를 늘리는 게 목표일 수도, 특정 사업의 거래액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 다음으로 그 목표에 누가 가장 크게 기여하는지 묻습니다. 매출이 목표라면, 매출의 대부분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 번 쓰고 마는 사람인가, 매주 돌아오는 사람인가.
  •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묻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하려고 우리 서비스를 여는가.

이 세 질문을 차례로 통과하면, “모든 사용자”라는 뿌연 덩어리가 또렷한 얼굴 하나로 좁혀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의된 고객은 이 연재 내내 기준점이 됩니다. 나중에 어떤 문제를 풀지 고를 때도, 그 문제의 크기를 잴 때도, 우리는 계속 이 사람에게 되돌아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고객은 한 번 정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회사의 목표가 바뀌면 우리 고객도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신규 유입이 급한 시기의 우리 고객과, 이미 들어온 사람을 오래 붙잡는 게 급한 시기의 우리 고객은 다른 얼굴일 수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곧 고객은 아니다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나 같은 사람”을 고객이라고 착각합니다. 내가 불편하면 다들 불편할 것 같고, 내가 좋으면 다들 좋아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은 대개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팀을 떠올려 봅니다. 그 팀의 개발자와 기획자 중에 실제로 중저신용 상태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신용 점수가 낮아 대출이 막혀 본 경험, 급하게 돈이 필요한데 갈 곳이 없어 본 경험, 그런 절박함을 그들은 잘 모릅니다. 그런데도 회의실에서는 “저라면 이럴 것 같은데요”라는 말이 오갑니다. 그 “저”는 고객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고객을 정의한 다음, 스스로에게 계속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나는 정말 이 고객을 대변할 수 있는가. 내가 지금 상상하는 이 사람의 마음이, 진짜 그 사람의 마음인가, 아니면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인형인가.

이 의심을 놓는 순간 사고가 시작됩니다. 고객을 정의해 놓고도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제품을 만들게 되니까요.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길은, 상상하지 말고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보고, 물어보고, 지켜보는 것. 그게 다음 편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연재의 관통 사례를 소개합니다

앞으로 여러 편에 걸쳐 하나의 사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려 합니다. 매번 새 예시를 드는 것보다, 하나의 문제가 어떻게 정의되고 어떻게 풀려 가는지를 통째로 보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례는 이렇습니다. 토스뱅크,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에서 계좌를 새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용자는 앱에서 신분증을 촬영해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데, 바로 이 신분증 인증 단계에서 사람들이 유독 많이 이탈합니다.

이 사례에 우리 고객 정의를 얹어 봅니다. 토스뱅크의 목표가 신규 계좌를 늘리는 것이라면, 거기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사람은 지금 막 계좌를 만들려고 앱을 연 사람입니다. 이미 오래 쓰고 있는 기존 고객이 아니라, 문 앞까지 왔는데 신분증 인증에서 막혀 돌아서는 바로 그 사람. 이 사람이 이번 사례의 우리 고객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계속 이 사람에게 되돌아올 겁니다.

다음 편 예고

고객을 정의했으니, 이제 그 고객이 실제로 어디서 어떻게 막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런데 “막히는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는 팀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문제를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로 인식하는 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왜 하필 데이터인지,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하는지, 그리고 퍼널을 쪼갠다는 게 무슨 뜻인지.

한 줄로 남깁니다. 우리 고객은 모든 사용자가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를 실제로 떠받치는 그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결코 나 자신이 아닙니다.